터벅터벅 나의 일상

공부에 대한 생각

vㅔ로 2021. 1. 2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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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공부는 막연하게 힘든 것이었다. 배우는 것은 좋았지만 수학은 싫었다. 수학은 항상 노력한 만큼이 아닌 결과를 돌려주어서 싫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과목에 매달렸다. 입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였던 고등학교에서 가장 먼저 들어갔던 동아리는 공학동아리였다. 그 동아리는 대학교의 학부처럼 각각의 조가 나누어져있었다. 건축, 컴퓨터, 화학 같이 말이다.

막연히 화학공학과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는 어영부영 화학 조에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서 만난 선배들이 재미가 없었다. 화학 실험을 정하는 일도 어렵고 귀찮았으며, 내 능력을 한참 넘어서는 실험들만 가득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조 하나. 컴퓨터 조였다. 컴퓨터 조는 게임도 만들고, 무엇보다 조장 언니가 재밌었다. 그래서 무작정 전과(?) 신청을 했다. 그렇게 나는 컴퓨터를 처음 만났다.

 

그건 내 인생의 분기점이었다.

게임 만드는 게 재밌어보여서 들어왔는데, 정말로 재밌었다. 스크래치로 고양이를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게임을 만들었다. 스크래치를 알게되니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데 C언어를 배우려고 발버둥쳤다. 말 그대로 발버둥이었다. 시간이 없었어도, 나는 공부를 피해서 컴퓨터로 도망쳤다. 그러나 의지박약이었던 고등학생은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반복문까지밖에 알지 못했다. 

의지가 부족해서 독학은 힘들었다. 그래서 다른 학교에 가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로 했다. 이제는 정말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마음이 벅찼다. 아침 9시 수업만 아니었더라면.

아침마다 머릿속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다. '가지 말까?'

그래도 꾸역꾸역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거기 가면 하나도 졸리지 않았다. 알고리즘도 뭣도 몰랐던 고등학생은 머리를 싸매고 코딩 문제를 풀었고, 하나를 풀어내면 친구와 자축하곤 했다. 그 짜릿함이 좋았다.

 

그렇게 코가 꿰였다

3년 동안 컴퓨터공학과를 바라보며 살았다. 9장의 수시를 모두 컴퓨터공학과로 썼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주변에서는 의대를 쓰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그건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피가 무서웠다.

어찌저찌 대학교에 붙어 컴퓨터를 공부할 수 있게 됐다. 나는 막상 컴퓨터공학과에 가면 내가 생각했던 현실이 아닐까봐 두려워했었다. 물론, 많이 달랐다ㅋㅋㅋ

수학을 안 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수학은 중요한 과목이었다. 영어는 나를 1년 내내 괴롭혔다. 그러면서도, 컴퓨터를 알아가는게 공부가 되었다는 것이 신기했고 재밌었다. 고등학교 때 내신 시험 기간에도 밤을 새지 않았던 내가 프로젝트 하나 만들자고 밤을 샜다. 공모전 준비 때문에 3일 밤을 새도 마냥 재밌었다.

그게 신기했다. 어쩌면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까지 뭘 해야 할 지 몰랐었는데, 비로소 뭔가 알게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계속 배우고 싶다.

 

내가 고등학교 때 한 것도 공부였다. 지금 내가 안드로이드를 배워가는 것도 공부다. 하지만 밤 11시에도 지쳐서 꾸벅꾸벅 졸며 했던 수학문제풀이와, 새벽 3시까지 스터디해가면서 공부하는 안드로이드는 무언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흥미의 차이겠지.

다만 바란다면,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할 수 있는 힘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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